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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나다 이민일상]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썰
    캐 나 다 이 민 생 활 2019. 5. 2. 11:30

    삼십대...

    죽음.....

     

     

    누구나 갑자기 죽을 수 있다.... 만약 그게 나라면....

    샤워실에서 나왔는데

    가슴이 무척 답답하고,

    숨을 잘 쉴 수가 없었다.

     

    평소에 비염이 심해서 숨을 잘 쉴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그러려니 하고,

    공기가 통하도록 욕실 문을 열었다.

    그런데도 가슴이 점점 더 조여오고 어지러워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막 샤워를 하고 나온지라 열린문으로 들어오는 찬바람에 급격히 체온이 떨어져 다시 욕실 문을 닫았다.

     

    숨을 고르기 위해

    변기위에 기대고 앉아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힘이 들고

    정신이 점점 아득해 지는 것이었다.

     

    기차가 빠른 속도로 끝이 없는 깜깜한 터널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

     

    가슴은 답답하고,

     

    눈 앞이 결국 깜깜해 졌다.

    암전이 되었다가 작은 불빛이 보이다 암전이 되었다가....

     

    귀에서는 삐-----------------하는 고주파음이 매우 크게 들렸다.

     

    순간 내 두 손이 힘없이 밑으로 툭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아차. 싶었다....

     

    간신히 버티고 있었지만

    이제 단 몇 초 후면 이대로 내 정신이 완전히 꺼질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한 낮,

    홀로 집에서

    화장실에서

    이렇게 정신을 잃으면,

    쓰러질 것이고,

    옆의 세면대나 바닥에 머리를 박고, 죽거나 크게 다칠 것 같았다.

     

    이미 눈은 돌아갔는데,

    마지막 사력을 다해 한 손을 들어 내 가슴을 주먹으로 쳤다.

     

    '이렇게 정신을 잃으면 안돼!

    깨어나야 해!'

     

    가늘어져가는 정신을 붙잡기 위해 가슴을 쿵쿵쿵 몇번을 때리고, (이미 육체는 힘이 없어서내 생각처럼 세게 쳐지지가 않았다..)

    만약의 상황에 옆으로 쓰러지지 않도록 간신히 변기를 붙잡고 바닥에 앉았다.

     

    가슴이 꽉 막혀 있고, 산소공급이 안되는 걸 느꼈기에

    변기에 오바이트를 하려고 노력하였다.

     

    잘 되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지만

    정말 간신히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몇번을 시도해서 오바이트에 성공하였다.

     

    그리고 그제서야....

    내 몸에 산소가 들어가고 피가 돈다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

    .

    .

    .

    물론 이 생각들이 다 났을리가 없다.

    생각하고 행동하기에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럽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냥 촛불이 꺼지듯 육체와 정신이 꺼져가는 걸 느꼈다..

    본능적으로 그렇게 행동 하였다. (평소에 알고 있던것이나 생각했던 것이 위급시에 행동으로 나오는 듯)

     

    .

    .

    .

    .

    단순한 실신이었겠지만,

    실신을 통해서 옆에 부딪혀서 뇌진탕이나 떨어져 사고로 죽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평소에 알고 있었으니까....

    .

    .

    .

    살기위해 홀로 사투를 벌였다...

    .

    살면서 처음 겪는 일이었다.

    .

    만약..... 아까 그 순간에 내가 손을들어 내 가슴을 칠 수가없었고, 결국 정신을 못 차리고 그대로 쓰러졌으면 어떻게 됐을까......?

     

    몇 시간 후, 퇴근해서 온 남편은

    화장실에서 나체로 쓰러져 죽은 나를 발견했을까.....

     

    외상도 없이 쓰러져 있는 나를 부검해서 왜 죽었는 지 알아냈을까.....

     

    샤워하고 죽은 나는 얼마나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한 것인가....

     

    유서도 써 놓지 않았는데......

     

    부모님은 얼마나 황당할 것인가.....

     

    갖가지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위장이 예민한 편이고, 과민성대장증후군도 있고, 체도 잘 하는 편인데

    점심에 밥을 급하게 먹은것이 탓이 된것 같았다.

     

    천천히! 꼭꼭! 많이 씹어서 여유있는 마음으로 식사를 하자!!

    내인생 모토로라도 삼아야겠다.....

    갑자기 죽기 싫으면 과식하지 말고!

     

     

    의사인 지인에게 물어보니

    급체일 수도 있지만 아닐수도 있단다.

    심장이나 뇌의 문제일 수도 있기에 검사를 해봐야 한단다.

     

    남편이 회사에서 퇴근하고,

    얼굴을 보니 참 반가웠다.....

     

    다시 볼 수 없었을 지도 모르는 나의 남편......

     

    오빠 우리 천국에서 만날 뻔했어~

     

    이런이런일이 있었노라고 쫑알 대며 내가 죽어 있었으면 어떻게 했을거냐고 (살아나서 까불고 있음) 하자 남편은 자기도 그자리에서 죽었을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단단히 일러두었다. 예전에도 만약에 있을 사고를 대비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내가 먼저 죽으면, 꼭 한국의 가족들에게 가라고 했다. 가족들과 당분간 살으라고 했다. 최대한 오래.

    가족들 품에서 사랑과 위로와 애정을 받아야 하고, 절대 캐나다에 혼자 있지 말라고 했다.

     

    2년연애하고 12년 꼭붙어 같이 산 부부는 이런얘기쯤은 할 수 있다.

    현실적인 얘기니까. 교통사고든 건강상이든 어떤 이유로든지 매일 사고가 일어나는 세상이고 그 사고를 나만 예외일거란 생각이 오히려 바보같다.

     

    얼마전에 친한집사님과 식사를 하다 유서를 구체적으로 써 놓으셨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나도 빨리 써놓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의 문턱을 경험하고 돌아오자

    나의 하루가 달리보인다.

     

    불평불만의 마음이 다시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함으로 차오른다.

    매일보는 남편의 얼굴을 다시 보고 우리 씨씨를 다시 볼 수 있어 진심으로 반가웠다.

    쓸데없이 먹는것, 입는 것에 대한 욕심들이 가라앉는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것들이 아니다...

    특별히 주어진 감사한 것들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자주 '사랑해'라고 말해야 겠다...

     

    '사랑해...'

     

     

     

     

    +

    덧,

     

    저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저녁금식을 했고, 아침에도 쥬스한잔을 갈아마시고 요양중이에요.

    급체를 이전에도 여러번 해봤지만 실신까지는 처음이고,갑자기 닥친일에 놀랐지만, 평온한 마음을 되찾았어요.

     

    기사를 찾아보니 '실신'은 뇌에 피공급이 잘 되지 않아서20~40프로의 사람들이 살면서 한번씩 겪는 일이라고 하더군요.

     

    급체로 실신을 하는 경우도 많구요. 2017년에는 한국에서 출산을 10일 앞둔 임산부가 급체로 사망한 사건도 있었더라구요....

    급체는 무서운 것이에요~

    아직 급체때문이었다고 확신할 순 없고,

    필요한 검사를 받아봐야겠지만, 전혀 무섭지도 않고, 제 마음은 아주 평안합니다.^^

     

    혹 죽더라도 천국에 갈 것을 알기에 죽음자체가 두렵지도 않구요....

    다만 너무 갑자기 확 죽으면 제가 사랑하는 주변사람들이 당할 고통이 두려울 뿐이죠....

    이렇게 다시 살아나서 감사하고, 오늘 하루가 참 선물같이 느껴지네요......

    두번째 삶을 사는 기분입니다....

    아마도 전 이날을 제 인생에서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 같아요....

    다시 살게된 제게 맡겨진 삶의 숙제도 다시 천천히 생각해봐야겠구요...

     

    오늘도 제 블로그를 통해 얘기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사랑하는 우리집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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